서울시 국정감사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인정만 하면 돼) 국감으로 치달아 파행되면서 '호통 국회', '불통 국회'란 지적과 함께 공정성 시비가 제기됐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피감기관장인 오세훈 시장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답변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 자리의 심판 격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신정훈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전남나주시화순군)까지 "답변 시간은 질의하는 의원에게 맡기겠다"고 천명함으로써 여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지난 1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답변 기회를 달라고 거듭 요청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답변 기회를 달라고 거듭 요청하는 오 시장에게 야당 의원들은 "서울시장 참 대단하네", "우리가 서울시장 이야기 들으러 왔어요?", "잔소리 들으러 왔어요?" 등 야유를 보내 여당 의원들과 말다툼이 이어지며 국정감사장이 난장판이 됐다.
급기야는 "깐족댄다"란 표현까지 나왔다.
오 시장은 도저히 참지 못했는지 "의원님 표현이 좀 과하시네요. 깐족댄다니요"라며 "피감기관장이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을 요청드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훈 위원장은 의사진행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여야 싸움이 격화되며 국감이 중단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신정훈)는 지난 15일 서울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 채현일 의원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지역 변경은 한강 개발 때문"
오 시장 "구청장과 합의" 설명하려 했지만 제지 당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는 지난 15일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조승환 의원(국민의힘, 부산중구영도구) 다음으로 질의에 나선 채현일 의원(더불어민주당, 영등포갑)은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지역이 변경된 것을 문제삼았다.
채 의원은 "한강 개발사업은 이미 검증이 끝난 실패한 사업인데 제2세종문화회관이 한강 개발사업에 희생돼 어느날 갑자기 문래동에서 한강 옆에 있는 여의도 공원으로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은 제가 구청장으로 있던 2019년에 건립 계획이 세워졌고 2021년 가장 중요한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중앙투자심사도 무난하게 통과했다"며 "착공만 남았는데 2022년 지방선거 이후 갑자기 문래동에서 여의도 한강변으로 변경됐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에 끼워넣기 한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채 의원은 제2세종문화회관의 문래동 건립 취소 이유를 물으면서도 답변을 듣지 않고 "한강 개발을 위해 문래동 세종문화회관을 버린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오 시장은 채 의원의 일방적인 질의에 말이 가로막히는 과정에서 "구청장과 협의했다"고 답변했으며, 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겨우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이 한 짤막한 말들을 종합해 보면 "세종문화회관은 전 서울시민이 관심을 가질만한 위치에 세워야 한다는 취지로 (관계자가) 다함께 논의해서 결정된 사안"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채 의원은 적정한 행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청장과 은밀한 대화를 통해 결정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질타를 이어가며 "핑계대지 말라"고 핀잔을 줬다.
◆ 신정훈 위원장 "의원이 답변시간 안 주면 나도 안 줄 것"
회의 원칙을 밝히는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오 시장은 계속해서 답변 기회를 얻지 못하자 신정훈 위원장에게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물었다.
신정훈 위원장은 "의원님들이 질의 마지막에 답변 시간을 주지 않으면 이 사회를 보고 있는 저도 답변 시간을 제공하지 않겠다"며 의원들의 협조를 요구했다.
신 위원장이 이같은 '회의 원칙'을 밝히자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제히 항의했다.
발언권을 얻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서울 서초구갑)은 전날(14일) 진행한 경기도 국정감사와 비교하며 불공정하다고 항의했다.
조 의원은 "김동영 지사께는 의원 질의가 끝나고 나서 위원장님이 답변 기회를 주시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오늘은 새로운 원칙을 말씀하신다. 민주당 광역단체장한테는 아주 느슨하게 하시고 여당 단체장에게는 그렇게 하시면 굉장히 불공정한 의사진행이 돼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위원장은 "저는 어떤 경우에도 30초 이상은 여유시간을 주지 않겠다. 7분 이내에 질의와 답변이 끝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밀고 나갔다.
회의가 재개됐지만 오 시장은 여전히 답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비례대표)은 질의시간을 초과해 30초마저 쓰지 못했고 윤건영 민주당 의원(서울 구로구을)은 '단답형 답변'을 요구하며 사실상 오 시장의 입을 틀어막았다.
◆ 윤건영 의원, 한강 리버버스 김포행 삭제
"김포 국회의원 반대 때문" - "탓하지 말라, 졸속이다"
질의하는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구로구을)
윤 의원은 한강 리버버스 노선에서 김포가 왜 없어졌느냐고 물으며 "애초 제안했던 내용이 다 사라졌다. 마곡~잠실로 노선이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이 "김포 국회의원님이 반대하셨다"고 하자 윤 의원은 "국회의원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이건 '졸속'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의원은 한강 리버버스 사업이 구상 두 달만에 TF가 구성되고 용역 발주도 두 달 만에 이뤄졌다며 '졸속'이라고 비판했었다. 오 시장이 졸속 아닌 신속이라고 답변하자 그 판단은 서울시민이 할 거라며 노선 관련한 질의로 넘어간 것이다.
오 시장이 "김포 국회의원님이 반대하시는데 제가....(어떻게 하느냐)"고 했지만 윤 의원은 듣지 않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 한강 선착장까지 "접근성 떨어진다"
오 시장 "장소마다 다르다" 하자 "답변 태도 이상하다"
이어진 질문은 대중교통부터 선착장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윤 의원은 "10~20분이 걸린다며 한강 리버버스라는 게 접근성 자체가 떨어진다"고 질타했다. 오 시장은 "아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다"고 했지만 윤 의원은 "많은 시민들과 시민단체가 걸어봤다. 그렇지 않다는 건 시장님만의 생각이다. 대중교통으로써 접근성이 완전히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 시장이 "장소마다 다르다"며 설명을 계속하려 하자, 갑자기 윤 의원이 "잠시만요 시장님. 답변 태도가 너무 이상한 것 같습니다"라며 오 시장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그러자 신정훈 위원장은 "질의자가 주도권을 갖고 있다"며 윤 의원에게 동조했다.
신 위원장은 "질의시간을 운영하는 것은 전적으로 의원 권한"이라고 앞서 밝힌 '회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사실상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사실과 달라도 오 시장은 대꾸하지 말라는 의미와 다름없는 셈이다.
오 시장은 "일방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말씀하시고 답변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국민이 오해하신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계속 공방을 하게 되면 회의가 길어진다"며 오 시장의 호소를 무시했다. 그러면서 "시장님이 지금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계속 답변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위원장이 회의 진행의 기본방향과 원칙을 이야기 했는데 오 시장이 답변할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 "답변 기회 주지 않으면 국민이 오해하신다" 호소에도
신 위원장 "답변 기회는 질의자 권한" 고수
야당 의원들 "서울시장 대단하네, 깐족댄다" 야유
여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답변 기회를 달라고 소리쳤지만 신 위원장은 "답변 기회는 제가 드리는 게 아니다. 질의하는 의원님들이 주세요"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이 회의를 국민이 지켜보고 계신다. 저는 (질의자의) 주도권을 인정하면서도 합리적인 의사진행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합리성을 주장한 신 위원장은 "답변할 기회도 안 주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오 시장의 항변에 윤건영 의원이 "잘 하시면 되죠" 라고 비꼬았으나 제지하지 않았다.
결국 오 시장은 "위원장님이 의원들께 최소한의 답변 기회를 주라고 말씀하셔도 (의원님들이 주지 않으면...)" 라며 본론을 짚기 시작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이 "서울시장이 대단하네", "우리가 서울시장 이야기 들으러 왔나" 등등 야유를 퍼부었고 여당 의원들과 싸움이 본격화되며 국감이 파행으로 치달았다.
오 시장은 "피감기관장이 무슨 죄인입니까? 국정감사장에 오셨으면 피감기관장의 설명도 들으셔야죠"라고 항의했다. 야당 의원들은 계속 호통을 쳤고 "깐족댄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앞선 질의 과정에서 "시민이 판단할 것",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