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없앤 이유는 비상계엄 행위를 형법상 내란죄로 '규정'하기 위해서란 주장이 나왔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7일 입장문을 통해"형법상 내란죄 성립여부도 판단되지 않았는데, 내란행위가 (최고법령인)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심판받아보자고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윤갑근 변호사/TV조선
민주당이 거대 의석(175석)을 차지한 국회는 지난 3일 열린 헌법재판 공개법정에서 내란죄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철회했다.
이게 논란이 되자, 국회측 법률 대리인단은 "탄핵심판은 행위가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하는 재판이 아니다"며 "내란죄의 범죄(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하는 탄핵소추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탄핵소추 의결서에 내란죄를 적시한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의 국헌문란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위반이라는 국회의 평가일 뿐, 별개의 탄핵소추 사유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내란 행위 모두를 심판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에는 변경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질렀는지 법적 판단과 관계없이 탄핵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같은 국회측 요구를 헌재가 받아들이면 비상계엄 관련 사실관계는 그대로 다투되,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는 판단하지 않고, 윤 대통령이 헌법상 각종 책무를 어겼는지만을 판단하게 된다.
윤갑근 변호사는 국회측 주장을 "궤변이며 국민을 교묘하게 속이는 언어도단"이라고 일갈했다.
내란 행위를 헌재에서 심판받게 하겠다는 것은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이미 단정한 것이고, 또 형법상 내란죄 여부도 판단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내란행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내란죄를 없애면서 탄핵소추사유의 80%가 없어진 것이므로 대통령 탄핵소추는 마땅히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무려 80%에 해당하는 탄핵소추서의 내용이 철회되는 것이므로 내란죄의 철회는 기존의 소추사유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소추사유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에 따르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선 대통령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는 "소추사유에서 내란죄가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을 볼 때, 내란죄를 없애는 것도 국회의 재의결을 거쳐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 탄핵 심판 이전에, 앞선 공직자 탄핵에 대한 사실조사와 헌법재판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탄핵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다./KBS
탄핵반대집회/KBS
◆ 헌재는 재판 일정 미리 지정..."불공정.졸속" 비판 쇄도
"재판결과도 미리 정해놓았나 강한 의심 든다"
국회가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고 한 것은 탄핵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탄핵절차를 빨리 해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리고 대통령 선거를 앞당기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많다.
실제 국회측은 "탄핵심판이 길어지면 국정 혼란이 이어진다"며 탄핵소추사유를 변경하는 게 아니어서 별도 국회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도 국회와 발을 맞춰 대통령 탄핵심판을 서두르고 있다.
앞서 3일 변론준비절차를 마무리한 헌재는 오는 16일 첫 변론을 시작으로 2월 4일까지 5회 기일을 미리 지정했다.
이를 두고 재판결과를 미리 정해둔 불공정.졸속 재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측 대리인단은 "재판결과와 기간을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진행한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의 5선 국민의힘 조배숙 국회의원(비례)도 지난 6일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까지 계류중인 10건의 탄핵사건은 심판하지 않고 대통령 탄핵심판만 속도를 내는 것은 공정함도, 신중함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헌재가 내란죄 철회를 먼저 권유한 것이 아니라면 탄핵소추안을 각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헌재는 이날 천재현 공보관 브리핑을 통해 "헌재가 국회측에 내란죄 철회를 권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3일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측 대리인이 내란죄 제외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그것이 재판부께서 저희에게 권유하신 바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이 '내란죄 제외'에 대해 묻자 국회측 변호사가 "재판부께서 유형적 사실관계로써 정리를 해 주신 것으로 이해했다"고 답한 것이다.
이에 따라 헌재가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에 내란죄 제외를 먼저 권유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 "국정혼란 우려해 탄핵심판 서두른다"는 민주당
정작 윤 정부 출범 이후 '줄탄핵'으로 국정마비 시켜
민주당은 국정혼란의 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해 탄핵사유서에서 내란죄를 제외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윤 정부 출범 이후 탄핵 공세로 국정을 마비시켜 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최상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논의와 관련 "29번 탄핵했으니 기어이 30번 채우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등 야 5당은 지난 12월 5일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다. 국회의결서가 헌재로 넘어가면 판결이 나올 때까지 피탄핵인들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렇게 장관 등 고위공무원 20여명이 윤 정부 출범 직후부터 줄줄이 탄핵당했다.
특히 감사원장 탄핵은 사상 첫 헌법기관에 대한 탄핵이다.
홍준표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탄핵 사건의 핵심은 내란죄이고 그게 없었다면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죄가 탄핵사유에서 제외된 이상 헌재는 사건의 동일성을 일탈한 탄핵소추로 보고 당연히 기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